지난 리뷰에선 라라랜드를 소개했는데, 그만큼 영화에서 ost가 생각나는 영화들을 앞으로 몇 편 더 소개할 예정입니다. 저의 다음 선택은 바로 500일의 썸머입니다. here comes the man, sugar town과 us 등 좋은 노래가 많이 나옵니다. 영화 한 편 보고 인생 음악 여러 개 담아가시길 추천드립니다.
운명에 대한 두 남녀의 엇갈린 태도
여주인공 썸머(주이 디샤넬)는 사랑이 있다는 것에 회의적인 사람입니다. 반대로 남주인공 톰(조셉 고든 레빗)은 사랑이 본인의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초반 둘의 만남에서 썸머는 가벼운 관계를 원합니다. 톰은 썸머에게 반했기에 본인의 가치관과 맞진 않지만 애써 무시하고 만남을 이어갑니다. 초반의 데이트들은 달콤했으나 톰은 점점 썸머에게 진지한 관계를 원하면서 사이가 틀어지게 됩니다. 결국 둘은 헤어지게 됩니다. 톰은 썸머가 운명의 사랑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면서 이제 더이상 운명을 믿지 않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고 톰이 공원에 있을 때 썸머가 그를 찾아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썸머는 이제는 사랑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느끼게 해준 짝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어느날 톰은 한 취업 인터뷰에 참여하고 거기에서 매력적인 여성을 만납니다. 우연히 찾아온 운명을 믿었던 톰은 여기서 운명에 기대지 않고 노력으로 그녀와의 인연을 만들며 영화는 끝이 나게 됩니다.
영화에 대한 생각
이 영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극도로 싫어하는 호불호가 분명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싫어하는 이유는 아마도 썸머가 톰을 어장관리 한다고 생각해서일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톰의 관점으로만 본다면 썸머는 나쁘게 비춰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썸머가 진짜 그런 사람일까요에 대한 저의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둘 사이의 관계에서 썸머가 종종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톰 또한 비겁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둘이 함께 참여한 파티에서 한 남성이 썸머에게 무례하게 굴었지만 톰은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그 남성이 자신을 비난하는 말에 화나서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그 이후 이런 태도에 화가난 썸머와 냉전이 시작됐지만 기차에서 만났음에도 톰은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에도 썸머는 먼저 다가서고 기회를 주듯 파티에 초대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톰은 용기를 낼 생각조차 안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냅니다. 그는 자신의 소심한 성격을 언제까지 핑계 삼을 수는 없습니다. 그 모습에 상대방은 호감과 매력을 잃을 수도 있고 사랑이 식을 수도 있는 겁니다.
연애를 통한 인생 공부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나쁜 추억으로만 남았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썸머는 어렸을 적 부모님이 이혼으로 운명적인 사랑을 믿지 않았지만 톰과 헤어진 후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게 됩니다 .이 점이 관객들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실 그녀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게 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소심한 톰에게도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갔던 것입니다. 썸머는 엘레베이터에서 톰이 듣는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톰은 그녀와 많은 것들을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와 영화관에서 '졸업'이라는 영화를 보며 그녀가 펑펑 울었을 때 그 감정에 대해 톰은 제대로 묻지도 않았습니다. 반면에 그녀의 결혼 상대가 된 남편은 식당에서 만났을 때 그녀가 읽는 책에 대해서 묻고 취향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적극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결혼을 했을 것입니다. 그녀가 남편을 만나기 이전에 톰을 만나지 않았다면 서로 취향과 관심사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그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그에게 충분히 감사했기에 마지막에 톰을 만나러 왓을 것입니다. 이것은 톰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톰은 늘 운명적인 사랑을 꿈꿨습니다. 우연히 만나거나 자신에게 다가와주는 그런 관계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그는 썸머를 만나고 나서 운명은 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직접 나서서 관계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둘은 서로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